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 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0. 4. 3. 10:09

'좋은 시 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김수영

 

 

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 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릴까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 줄 건너 두 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시선집 『거대한 뿌리』민음사, 1997. 개정판 4쇄)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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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에 쓴 시다

1968년에 그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평생에 ‘눈’이라는 제목으로 쓴 세 편의 시

이 시가 제일 늦게 써진 시다

폐허에 눈이 내린다고 외치던 그가

스스로 폐허가 되어, 그 위에 눈을 내린다

순수한 삶에 대한 소망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의 ‘눈’은 참되고 순결한 생명의 표상이다

생명에 반하는 것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그리고 반문한다, 내릴까, 내릴까 하고

강렬한 반전을 주문한다

순수한 삶을 지켜내기 위한 기도라고나 할까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