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생각을 하려들면--금기웅

은빛강 2010. 4. 24. 10:57

중세의 하늘, 중세의 구름이
지금 이곳으로 흘러 와있다면 믿어도 될까요.

       





생각을 하려들면-------------------------금기웅



가을 구름이 피렌체의 하늘 위에서
끝내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의 손처럼
언제까지라도 허공을 붙잡으려 하고 있을 때

저녁 해가 올리브 나무들에게
옷장 저 깊은 곳에서
가장 붉은 옷을 꺼내어 정성껏 입혀줄 때

중세의 한 사내가
대리석으로 축조된 탄식의 다리 위에서
수없이 깨트렸던 굳은 맹세를 또다시 깨트릴 때

도저히 의미를 알아낼 길 없는
사이프러스 나무들의 긴 행렬이
식어버린 제 가슴을 예리한 나이프로 도려내어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을 때




*시는 애지 봄호에서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