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0. 4. 24. 00:39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하루

 

고은

 

 

저물어 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하루가 저물어

떠나간 사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오 하잘것없는 이별이 구원일 줄이야

 

저녁 어둑발 자옥한데

떠나갔던 사람

이미 왔고

이제부터 신이 오리라

저벅저벅 발소리 없이

 

신이란 그 모습도 소리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시집『고은 전집 제5권』(김영사, 2002)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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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우윳빛만 있는 낙원이라면

나의 하루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죽지 않고 계속 산다면

해는 지지 않고 꽃도 지지 않는다면

사랑에 이별이 없고

인생에 기승전결이 없다면

참 삭막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루가 저물고 변화가 있어

참 다행한 일이다

 

일 뒤에 성취감이나 휴식을 생각하는 것

잘못 뒤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는 것

떠나간 사람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밝음 뒤에는 어둠이라는 두려움이

우리로 하여금 비로소 신을 생각하게 한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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