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하루
고은
저물어 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하루가 저물어 떠나간 사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오 하잘것없는 이별이 구원일 줄이야
저녁 어둑발 자옥한데 떠나갔던 사람 이미 왔고 이제부터 신이 오리라 저벅저벅 발소리 없이
신이란 그 모습도 소리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시집『고은 전집 제5권』(김영사, 2002) -사진 : 다음 이미지 -----------------------------------------------
온통 우윳빛만 있는 낙원이라면 나의 하루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죽지 않고 계속 산다면 해는 지지 않고 꽃도 지지 않는다면 사랑에 이별이 없고 인생에 기승전결이 없다면 참 삭막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루가 저물고 변화가 있어 참 다행한 일이다
일 뒤에 성취감이나 휴식을 생각하는 것 잘못 뒤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는 것 떠나간 사람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밝음 뒤에는 어둠이라는 두려움이 우리로 하여금 비로소 신을 생각하게 한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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