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아주 작은 양심을 가졌다면...

은빛강 2010. 5. 8. 22:06

아주 작은 양심을 가졌다면...

박 찬 현

 

바둑알이 흑백으로 격전을 치루고 있는

네모 칸들은 진영의 폭을 넓히고 좁히는

안력의 틈바구니에서 무실선 담장이

무너지고 또 세워지는

바둑알만큼의 영역 분쟁도 치열한 세상

손바닥 크기의 자존심 영토에도

생명의 세포가 자멸 해 나가고

삶은 미세하게 허물어져 가는

존엄한 인생사

자신만은 믿기에 상대도 그러하리라는

암울한 믿음은

기실 물밑 필사의 혈전이 횡횡하고 있음이니

신이 주검을 담보로 양심을 원했다면

바둑알 크기의 양심이라도 지켰을까?

조국의 영토를 수호하려던 전술이었다면

참한 명분이라도 바둑판 보다 컸겠지

네 입술을 치장한 고매한 변론도

작은 내 영토를 감싸 주던 마음도

나는 믿을 수 없다네

고마운 벗이여

분명 너와 나는 흑백의 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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