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아주 오래된 나를 만나고-설록 박 찬 현

은빛강 2010. 5. 6. 12:35

 

 

아주 오래된 나를 만나고

설록 박 찬 현

 

가끔 알 수 없는 덩어리 하나가

가슴을 마구 뒹굴며 돌아다닐 때 마다

적막 가운데 앉아서 쓰다듬어 내리고 있어

먼 세월을 자맥질하여 건너 온 젖은 덩어리

손끝에서 목 놓아 울고 있었지

망각의 수건으로 물기 닦다보니

운명조차도 가를 수 없었던 그리움 아니던가

그것이 하도 아파서

그것이 하도 소중해서

온 몸으로 수혈 받았고

온 몸의 혈액은 응고되어 혼절 해 버렸던

주검이 되어, 바람이 되어

시간의 포말을 타고 사라진 것들

 

아주 오래된 그림 속에서 잠든 영혼을 만나

기억 속 들녘 쏘다니며 저리도록 아파서

영 잊어야 했던 꿈의 터널을 걸었다

 

손에 들린 쑥부쟁이 한 다발

그림 속에 다시 걸어 놓고

돌아보는 창 너머

오래된 나는 아주 멀리 떠나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