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아픈 날 바다로 간다--박 찬 현

은빛강 2010. 4. 14. 20:42

 

 

 

 

아픈 날 바다로 간다

-서해교전 해군의 넋을 위한 제(祭)-

박 찬 현

 

엷은 하늘이 궂은 상처를 안고

가슴 속으로 철석이며 밀려 들어와

흰 포말을 굴리고 있는 날

 

나는 아픈 바다가 되고

갈매기 날개 짓에서 빠져 나온 망각의

깃털이 상실된 공간을 비상하는

 

어제의 영상이 일렁이는 바다 위에서

진실이 현기증 일으키며 혼절 한다

수정막 위로 그려진 초엽 된 영혼의 이야기

 

바다 심연이 한없이 아픈 날

주검의 혈연들 애장 훑어가는 젖은 바람

얼음장 주검을 끌어안은 파도는 목련 꽃잎비가 되어

 

홀연히, 홀연히

하늘 뒤덮은 구름 한 가운데로 오르는 날개 짓

해살 타고 떠나가는 아픈 영혼들

 

타 오르는 촛불

영혼들의 슬픔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