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화답--구석기김종제

은빛강 2010. 6. 14. 01:21

화답

구석기김종제

 

 

낡은 산사의
툇마루에 앉았는데
몇 백 년 전에
당신에게 보낸 서간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새 한 마리 날아와
재촉하고 있었다
후박나뭇잎 하나 꺾어
흙으로 먹을 갈고
검지로 붓을 들었다
글 하나 쓰는데
해가 진다
몇 글자 쓰지 않았는데
일주문 닫는
법고 소리가 요란하다
마지막 글을 어찌 알고
내려와 앉은 새가
잎을 물고 날아간다
그 사이
무덤이 열렸다닫히고
목숨이 피었다지고
나뭇가지마다
문신 새긴 잎들로
더욱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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