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방광에 고인 그리움 ---권 혁 웅

은빛강 2010. 6. 15. 12:00


 

       





방광에 고인 그리움 ---------------------------- 권 혁 웅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산 302번지
우리 집은 십이지장쯤 되는 곳에 있었지
저녁이면 어머니는 소화되지 않은 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귀가하곤 했네
당신 몸만한 화장품 가방을
끌고, 새까맣게 탄 게
쓸개즙을 뒤집어 쓴 거 같았네
야채나 생선을 실은 트럭은 창신동 지나
명신초등학교 쪽으로만 넘어왔지
식도가 너무 좁고 가팔랐기 때문이네
동네에서 제일 위엄 있고 무서운 집은
관 짜는 집,
시커먼 벽돌 덩어리가 위암 같았네
거기 들어가면 끝장이라네
소장과 대장은 얘기할 수도 없지
딱딱해진 덩어리는 쓰레기차가 치워갔지만
물큰한 것들은 넓은 마당에 흘러들었네
넓은 마당은 방광과 같아서
터질 듯 못 견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짐을 이고지고 한꺼번에 그곳을
떠나곤 했던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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