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무뇌설법---박현수

은빛강 2010. 6. 13. 10:34


수천 년에 걸쳐 남자들은 분투했고 괴로워하고 가족을 부양해 왔으며, 여자들은 산고를 겪으며 아이를 낳았다. 백 년 전에는 아마도 다른 남자가 바로 이 지점에 앉아 당신과 마찬가지로 빙하 위로 스러져 가는 빛을 경외심과 동경심을 갖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당신처럼 그도 남자에 의해 잉태되었고 여자로부터 태어났다. 그가 느낀 고통과 순간의 기쁨도 당신의 느낌과 똑같을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이었을까? 그가 바로 당신 자신이 아니었을까?
---켄 윌버『무경계』중에서---

       






무뇌설법-------------------------------------박현수




머리도 없이, 아니
머리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는 듯
풀밭에
태연히 앉아 하안거 들어간
나무아미 돌부처
육욕이 걸러지지 않아
무거운 육신은 지상에 남기고
머리는 하늘로
다 거두어 버렸다고
목 언저리께
푸른 에테르로 가득한
무뇌설법

그의 머리
어디쯤 손을 쑥 질러 넣으면
두부처럼
만져질 듯한 그의 명상들




*시는 「시작」겨울호에서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