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31호 종이강에 그린 詩]사슴 이야기-이상옥

은빛강 2010. 8. 24. 13:47

[제31호 종이강에 그린 詩]

 

사슴 이야기

이상옥

 

1.

 플로리다 주 수림에는 승냥이와 사슴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승냥이가 사슴을 잡아 먹을 때마다 가슴 아파하며 저러다 사슴이 멸종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습니다 사람들은 사슴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냥꾼에게 승냥이를 제한 없이 잡아죽이도록 했습니다

 사슴은 더는 승냥이를 두려워하며 긴장할 필요 없이 유유자적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놓아버리다 보니, 허릿살 뱃살 출렁거렸습니다

 사슴들은 하나 둘 지방간, 고혈압, 뇌출혈 등으로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2.

 애리조나 주 그랜드캐년에 위치한, 동물 이동이 제한된 카이바브 고원에는 사슴과 늑대, 코요테, 퓨마, 등이 살고 있었습니다 인디언은 사슴을 사냥하였지만 왠일인지 늑대, 코요테, 퓨마, 등은 사냥하지 않았습니다

 인디언들과 사냥과 천적의 포식으로 사슴 무리가 다소 줄어 들자 애리조나 주정부에서는 사슴 보호를 위해 인디언을 이주시키고 사슴 천적들을 사냥하도록 장려 하였습니다

 인디언과 포식자가 사라진 카이바브 고원에는 사슴 무리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슴들이 풀뿌리까지 먹어치우는 바람에 풀밭은 완전히 황폐화되었습니다

 사슴들은 하나 둘 주린 배를 움켜쥐고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와상상2005년 하반기/백지44호]에서 발췌

 

이상옥 연보

-1957년 경남 고성출생

-1989년 월간[시문학]등단

*시집

-유리그릇, 고성가도, 등 외 다수

*2004년 시문학상 수상

*현재 창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