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잡이/문학인의 방

김진희 소설가 /바람 -단편소설집 / 한맥 刊

은빛강 2010. 10. 11. 06:44

김진희 소설가


김진희 소설가 

△경남 김해 출생. 본명 영선
△부산여고 졸업. 일본국제대학 영문과 수학
△《문학춘추》등단
△《한맥문학》발행인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농민문학 작가상 본상, 한국예술문학상 본상,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문학부문 공로상, 탐미문학상 본상,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경기도지사 소설 '바람' 대상, 환경부장관 표창 수상
△저서『밤에 타는 태양』,『이런 너꺼무』,『소돔성의 밤』등 20권

 

바람


바람 
김진희 단편소설집 / 한맥 刊

  세상사 번번이 알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한다고 수 없이 다짐을 하고서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서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발로되는 탐욕을 

자제하느라 입술을 깨무는 것은 또 무엇인고‥‥.
  문학을 한답시고 돌아다니던 명동시절 한하운 선생님의 무하출판사를 시작으로 임수일 선생님의 문학춘추, 월간 교통 등 출판계에 입문하고선,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로 깃발을 올린 천광, 나래원 출판사 그 이후 농민문학 창간, 오늘의 한맥문학에 이르기까지 돌이켜 보면 내 삶이 남편과 결혼하여 아이 셋을 둔 것 이외는 그렇게 출판으로 저물어 갔다. 
  만감이 교차된다. 
  그간 20여 권의 장편소설, 번역, 편저, 6인공저, 단편 소설집, 한국수필문학회 편, 현대수필 110인집 등이 책으로 발간되었지만 내 개인 단편소설집은 단 한 권도 못내었다. 아니 아무도 내 단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주려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내 소설들이 '읽힐거리가 못 되는구나, 아니면 돈 들일 값어치가 없는 게로구나' 하고 먼 산만 바라 봤다.  
  소설가라 하면 단편 소설집 1권쯤은 가져 보려고 하는 것이 욕심일 게다. 
  나도 그랬다. 
  경제 사정이 여의치 못 하니 자비로 출판할 수는 없고, 또 거기에 욕심은 있어 만약 만든다면 양장본으로 하는 희망은 있었다. 
  그러한 바람이 내 가슴 속에 음식 먹은 후 이빨에 찌꺼기 끼듯 하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고글 발행인께서 켸켸묵은 작품들을 햇별을 보게 해 주신다 니 이 일은 아마 오랫동안 내 육신 안에 고마움으 로 남아 잊지 못할 것이다. 
  팔자에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알 수는 없어도 수십 년 오랜 세월 동안 출판을 한답시고 날개짓을 하며 제작처의 채무에 허덕여 왔다. 
  까짓것 내 책 내가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빚더미가 늘어난다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았고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  
  아무들 이 모든 말은 다시 한 번 고글출판사 발행인 연규석 선생께 감사드리는 뜻이 될 것이다. 
  18권의 장편을 쓰고서도 꼭 쓰고픈 소재를 나는 갖고 있다.
  핑계가 될 줄은 몰라도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주변을 정리한 5년이나 6년 후쯤 되어서 집필하려고 한다.  
  그때는 부끄럽지 아니하는 작품을 써야 할 것이다. 지난날 쓴 작품들은 주문에 의해서 화폐와 직결되어 있었다.  
  그것은 글 쓰는 일보다 채무에 쪼들리는 것이 더 몸서리가 쳤기 때문이다.  
  진실로 이후에는 책임 있는 작품을 쓰려 한다. 이제는 거래처 빚쟁이 얼굴 보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유들유들해졌다. 그 방면에 관록이 붙었다.  
  그러나 어느 거래처도 김진희 신용 없다고는 안 한다. 과거에 너무 신용을 실추했기 때문에 지금은절대로 그것만은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이 출판업도 끝까지 해 보려고 하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수십 년 간 화폐를 받기 위해 잡지사의 요청에 의해서 써 왔던 것들 중에서 그래도 제목쯤은 외고 있는 딴에는 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모아 봤다. 
  끝으로 병환중인데도 내가 증정해드린 『바람』을 읽으시고 서평을 쓰신 원고를 직접 가지고 오셔 "이게 아마도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가신 윤병로 선생님께 황망한 마음 금할 수 없으며 또한 서평을 써주신 정을병 선생님께서도 이제 고인이 되었으니 서글픈 마음 가눌 길 없으며 두 분의 영전에 명복을 비는 바이다.
 
김진희, 작가의 말, <내가 글 쓰는 일은>

  소설은 생활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감동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방법으로는 생활을 재구성하는 것도 있고, 반대로 생활을 해체하는 것도 있는데, 문학의 입장에서는 건설보다도 해체가 더 아름다운 감정을 인간에게 안겨줄 수 있어서 많이 선호되고 있다. 
  김진희 씨의 소설도 이와 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본다면 단연 후자에 속한다.
  그는 소설에서 기존의 생활을 아까움 없이 해체하고 있다. 생활의 잘못된 양상을 표출하면서 그것을 거부하고, 그것을 탈출하고, 그것을 해탈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창조의 동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창조의 씨앗은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해체하고 말아야 할 생활만 보여줄뿐, 창조에 대한 구체적인 암시는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바람」에서 그는 모순된 현실을 6.25라는 이데올로기의 혼돈에서 보여주고, 그 모순의 희생자로서 주인공을 불교로 귀의하게 하지만, 그것이 창조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위태함을 암시하고 있다. 
  「꿈, 그리고 사랑의 음표」 역시 안정된 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해체가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제2막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보여준다. 해체 다음의 세계를 몹시 궁금하게 한다. 
  「같은 배 탄 사람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돈으로 사는 국회 전국구의 이야기를 충격적인 풍자로써 보여주는데, 문제는 이것이 한편의 생활 단편이면서 전부라는 것이다. 놀람고 무섭고 우스운 기교가 아닐 수 없다. 
  「한낮」은 금광에서 쏟아낸 폐석에서 금가루를 뽑아내어 생계를 유지해 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생활이 이 지상에 아직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소설에서 특별한 기교나 요설을 보여주지 않고 지극히 순박하다. 그리고 많은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심플한 일면만을 보여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그의 장기다. 해체 그 다음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설명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에다 던져 버리고 만다. 
  그는 1963년 《문학춘추》를 통해서 문단에 나와 40여년이나 작품 생활을 해 와서 벌써 18권의 장편소설 등을 내고 있는 중량급 작가다. 
  그러면서도 그의 왕성한 생활 방식은 창작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재벌들도 지속하지 못하는 월간 문학지를 발행해서 17년에 이르고 있고 단체 운영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자기의 생활을 가꾸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어디까지나 문학하는 동료들을 위해서 생활을 내맡기고 있다. 도무지 그의 주변에서는 그의 생찰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그의 무소유 사상이고 그것은 그에게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안겨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있다. 창조를 위한 생활 해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의 단편집 발간으로 그의 문학이 한 단계 더 승화되고, 해체 뒤의 신선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을병(작가, 전 한국소설가협회장), '글을 읽고' <생활의 해체와 그 미학> 중에서


         - 차    례 -

바람
꿈, 그리고 사랑의 음표
같은 배를 탄 사람들
한낮
꼬막 국회의원
할머니의 눈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금지 위반
아빠하

심태서 박사
씨비시 회사 철수

서평(유고) | '狂風時代'에 충격적 해학 소설-김진희 단편소설집『바람』에 부쳐_윤병로(문학평론가)
글을 읽고 | 생활의 해체와 그 미학_정을병
작가의 말 | 내가 글을 쓰는 일은_김진희

[2010.09.15 재판발행. 288페이지. 정가 1만원] 

책을 받고도 우선 궁금하여 주마간산으로 훑어 보았다.

바쁜 일을 좀 마치고 조용히 탐독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