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75호 종이강에 그린 詩]-이쁜이 비누-강미영

은빛강 2010. 10. 16. 15:48

[제75호 종이강에 그린 詩]

 






이쁜이 비누

-강미영




육질 없는 동그란 얼굴, 꼭 무지개 사탕을 닮고 싶었어 누군가의 손바닥에 녹아서 하얀 거품이 되고 싶었어 세상에서 제일 이쁜이가 되고 싶던 때도 있었지 그릇들을 엄마가 수세미로 닦을 때마다 반짝이는 햇살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 말 못하는 보살처럼 오직 뼈대 없이 살아가도 時시한 운명을 수긍하고 싶던 때도 있었지 그러나

매일 나는 미주알 꼬인 채 주전자를 닦았지 팔다리를 열심히 저었지 몸만 녹아버렸어 살가죽에 밀려 마흔도 훌쩍 넘었지 무시무시한 바닥에서 궁핍한 머리통을 이리저리 굴리며 시 詩하게 살아남았지

마지막 육즙까지 녹여
분홍빛으로 미끌거리는
둥근 천형이고 싶었어

출처-한국문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