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76호 종이강에 그린 詩]-자전거와 달팽이-이영식

은빛강 2010. 10. 16. 15:52

[제76호 종이강에 그린 詩]

 






자전거와 달팽이

-이영식


강촌 자전거도로
민달팽이 한 마리 뭉개져 있다

비명횡사 중에도
시 한 줄 남겨놓고 가셨다

집도 절도 없이
몸 하나로 밀고 가는 길

제 3의 속도가
그 부드러운 순간을 가로질렀나보다

문상객은 바람뿐
초롱초롱 개망초 꽃등 켜놓고 가는데

자전거와 달팽이의 속도
사이

갓길에 불편하게 걸쳐 있는
내그림자.



*시는 이영식 시집 「희망온도」(천년의 시작)에서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