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호 종이강에 그린 詩]
아내의 목소리 외 2편
아침에 집을 나가 돌아오는 저녁이면
“여보 어디요?” 손전화 속 그 목소리
날마다 한결같았던 아내의 숨결인데.
당신이 뇌출혈로 쓸어진 지 해를 넘고
아직도 누워있는 요양원에 찾아가면
“여보 왔어요?”란 소리 한 번 들려주오.
우리 둘이 연합하여 예순 해를 보냈건만
나 홀로 중얼중얼 하소연도 목매이고
아내의 목소리 한 번 들어보기 비손하네.
진혼곡
임께서 가신 길이 구천으로 아옵더니
내 곁에 좌정하여 떠나실 줄 모르신다.
오늘도 낭랑한 음성 들려올 듯 싶으오.
눈 감으면 보이던 임 뜨고 보니 자취 없어
허공을 우러르니 뜰에 서서 웃으신다.
언제나 떠나지 말고 방 안으로 들어오소.
해마다 4월이면 향기로운 임의 넋이
진달래 송이 되어 이 누리에 피시는가?
무악산 정상에 서서 늘봄 되게 하여 주소.
-이상보박사님 연보-
이 상보(국민대학교 명예교수·서대문문인협회 고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구립서대문 노인전문요양센터 운영위원.)
창호지 문하나 사이에 두고
그리움을 마주 하지 못하는 마음
그것은 아린 아픔 이지요
가슴 속에서 왈칵 쳐 오르는 슬픔이고
살갗에 스치는 서늘한 바람은
남모르게 훔쳐내리는 따슨 눈물입니다
이 계절이 오면
작년에 병수발 들던 내 아버지가 그립다
그러나 한 달을 넘기자 저승 문을 열고 휭 하니 가버리신 아버지
내 어머니는 아버지 먼 길 옷을 내어주시며 그렇게 서럽게 울음을 우시던......,
고운 명주옷을 차려 입은 아버지는 허공에서 미소로 화답하시고 가셨지만
어머니는 내 평생 처음 본 울음이셨다
부부란 그런 것인가 보다
함부로 선을 그을 수 없는 그 애틋함들,
하늘이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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