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호 종이강에 그린 詩]
이 랑
김병걸
빗물과 두엄을 묻은 고랑을 거느린 두둑엔 일년생 작물이 자란다
정해진 시간만큼만 재배되는
흙과 농부와의 약속이 이랑이다
생명이 발을 내릴 수 있게 몸을 일으킨 흙의 대오를 우리는 이랑이라고 부른다
이빨 빠진 잇몸같은 겨울 이랑엔 바람의 비명이
그루터기를 가진 사람들의 가슴에 패인다
농사가 끝난 밭둑에 서서
고랑을 갖지 못한 두둑이거나
두둑을 세우지 않은 고랑을 닮은 나를 만난다
이랑이 되지 못한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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