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뜨개질

은빛강 2010. 12. 5. 05:54

뜨개질

 

뜨개질을 하다 보면 내 뜻과는 무관하게 바늘을 향해 질서 있게 풀려 나오던 실오라기가 헝클어져 뭉쳐버리는 일이 있다.

대체적으로 그 얼기고 설긴  실 뭉치를 곱게 풀어 보려 애 쓴다.

그러나 나는  그냥 잘라 버린다. 별로 애쓸 필요 가치가 없거나 신경을 갈아세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은 무리를 잘 만든다.

그것의 형태는 사회 전반적 거의가 그러하지만 결혼 초기 유치원 학부모들의 모임에서부터 시작해 초등, 중등, 나아가서는 엄마들만의 모임 등등, 그리고 종교관 모임, 이것 역시 가관이다. 이어서 사회적 모임, 동창회는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나의 행로는 늘 바쁘다.

그 바쁜 소속 모임 가운데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나를 무척 지치게 만들어 놓았다.

다행히 아주 오래 된 스승께서 전화를 주셔서 한 말씀 하셨다.

"박 시인, 물론 한 번 쯤은 그런 봉사도 해야 좋겠지만 이번 한번만으로 족하다. 그리고 그만해라."

“나도 글을 쓴지 50년이 넘었지만 모두 헛일이야, 좋은 글이나 쓰면서 우리가 만난다 해도 몇 번 되겠는가? 내일이 될지 오늘이 될지 나는 가야 하네, 허니 건강도 안 좋은데 몸 축내는 일에서 손을 떼라,”

나도 동감을 한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으신 오래된 문인학자님들은 당신들이 걸어오신 길이 소명인줄로 알고 살다가셨다지만

지금의 풍토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이 너무나 많다.

해서 지쳤다.

손바닥 위에 올려 진 계산이 훤히 보이는데도 눈가림식이거나 한 바퀴 휘둘러서 말을 맞추어 내는 잔꾀들, 가소롭다.

더러 어떤 인물을 떠 올리면 정말 생각 떠오르는 대로 해 주고 싶지만 왠지 싫다.

명문대를 읊어 대면 뭣하나......,

잔머리만 익어서 군자가 가야 할 대로를 추하게 어지럽히는데......,

 

삼일동안 장이 꼬여 죽음이 손에 잡혔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길이 아니면 빨리 수습해서 돌아가면 그만인 것을......,

 

학처럼 섬세한 분을 그래도 만나서 기뻤다.

지금 것 잘못 된 실타래를 잘라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