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구멍난 나뭇잎

은빛강 2010. 12. 23. 06:44

올해 내린 첫눈을 입고 아직 나무 가지에 달린 탈색된 잎사귀 하나 내 눈에 들어 왔다.

그 잎사귀에는 벌레가 갉은 어설픈 천공 하나 뚫려있었다.

겨울바람이 차가운 온도로 숭숭 드나드는 그 천공은 매우 아픈지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근간 너무 바빴다 기 보다 바쁜 날을 위해 준비한 시간이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나마 중요한 일들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 것 같기도 하다.

무심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을 때, 창문 밑 이름이 가물한 나무 한 그루 거기 서 있었다.

바람결에 팔락이던 나뭇잎 들 가운데 젖은 눈을 이고서 온몸에 그 몸만 한 구멍이 난 애처로운 나뭇잎이

얼른 눈에 띄었다.

사람들도 어우렁더우렁 모여 살아가기는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 앞에서 씁쓸함을 감출 길 없는 일들이 종종 있다.

한국의 여인들은 대다수가 참고 인내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으로 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요즘 풍경은 그것이 아니었다.

무리를 지어 딴에는 정말 조심한다고 입장표명을 누누이 하지만 가만히 보면 자신의 비위에 거슬린 이가 초점 안에 포착되면

가차 없이 도마 위에 올려놓고 기분 좋은 난타를 실행한다.

더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그런 무리의 입들이 두려워 발을 빼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초상들도 더러 보였다.

언젠가 누군가 해 준 말이 생각났다.

군인 가족을 보면 그 부인도 남편의 계급대로 행세를 한다고......,

딱 그 모양 세였다.

이러한 구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유년기 초등학교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도이다.

그런데 하물며 지식인을 대표하는 글을 쓰는 이들의 구도의 각도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나는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제 아무리 나름대로 세워진 잘 된 이상이고 사상이고 철학이라 해도

잠시 위치를 바꾸어 놓고 조금만 늘려서 생각을 해 본다면 자신이 행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란걸 깨달을 것이다.

그 잘난 혀 하나가 일부의 사람들 사이를 홍해처럼 갈라놓고 휴전선처럼 담을 쌓아 버린 행위이며 심장을 과격하게 강타하는 살인미수인 셈이다.

 

너무나 그럴듯하고 교묘해서 처음에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였으나 나는 그들의 당위성에 고개를 젓는다.

자가당착은 무서운 것이다.

스스로 쌓은 개념 없는 무리수가 만든 결과는 스스로 그 값을 치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저 탈색한 나뭇잎의 천공처럼 또 다른 이들의 가슴에 구멍을 내는 일은 삼가 했으면 하는 바램 이다.

다면성을 가진 채로 쓴 아름다운 글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자기최면일 뿐이다.

 

가능하면 양심이란 것을 걱정한다면 최소한 아름답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새벽이다.

사진-詩하늘 詩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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