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오래된 만남

은빛강 2011. 2. 4. 21:41

오래된 만남

 

정월 초하루를 조용히 보내며

타성에 젖어 무딘 굳은살을 도려낸다.

3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만나지 못 했던 사람 몇몇,

그 예전 왜 그리도 그가 싫었던가,

정확히 35년 전 나는 그의 그림자조차 싫어서 결석을 반복했다.

반 아이들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다."라고 선포 했을 때에도

당장 심장이 멎는 줄 알았던 그 시절......,

살면서 나이란 걸 먹으며 조금은 이해가 되어졌었다.

 

명절 고향에 내려가 남동생 내외와 마트엘 갔다.

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시장을 보면서 뜬금없이 그가 생각이 났다.

 

계산대에 계산을 하던 동생을 뒤로하고 다른 쇼윈도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쇼윈도 위에 그려진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뒤 돌아 보았다.

오래 잊혀 진 그가 계산대에 줄을 서 있었다.

그의 모습과 마주쳤다.

그런데 나는 ‘설마’를 주절이며 돌아섰다.

“아니지, 혹 그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거기에 서 있었다.

서로가 나이가 들어 조금씩 달라졌지만 여전히 옛 모습은 그 공간에 있었다.

참 미안 했던 과거의 시네마가 지나간다.

 

나도 이제 많이 나이가 들었는가 보다.

그의 모습이 반갑다는 생각 보다 세월이 비켜가지 않은 그 모습이 측은 해 보였다.

철이 없어서 냉정하게 뿌리치고 예의 없이 나대었던 손을 내 밀고 반겨주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심보인지 그러한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제 다시는 그렇게 만날 일은 없겠지만 

차량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며 그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 보던 마음,

 

겨울이 그 예전처럼 춥고 눈 역시 그 때처럼 푹푹 쌓여가는 계절

모두 그렇게 용서하고 모두 사랑하리라,

싫고 좋은 것도, 흔적 사라지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오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