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감사하는 마음

은빛강 2011. 4. 2. 09:53

감사하는 마음

 

가끔은 아주 복잡한 생각들 속에서 헤어 나와 기진하게 호흡을 몰아쉬며 감사를 해본다.

감사란, 잊고 있던 일상들 가운데서 더러 아주 오래된 시간의 자락까지 긁어모으다 보면

정말 감사 할 거리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꼭 찾아뵙고 감사하고픈 분들이 내게는 많다.

삶의 연결 고리마다 맺어진 인연들이 감사하다.

 

빛바랜 사진을 열어보면, 내 시아버님은 결혼식을 마치고 신랑은 서울 직장으로 올려 보내고

며느리인 나를 시골집에 앉혀 두고 1년 동안 시댁생활을 했다.

시아버님은 교육 직 정년을 마치시고 당시 국가에서 마지막으로 치루 던 한약사 시험을 통과하시어

한약방을 내신지 몇 년이 되던 해였다.

사실 한약 재료에는 잔손이 많이 가는 것이 단점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것은 한약재를 다루는 일련의 과정이며 수업의 연장이기도 하다.

결론은 나를 제자로 삼아 한약방을 어떻게 장수를 하시려는 마음이셨다.

하기 싫은 점의 첫째, 한자가 많다는 것, 둘째, 일이 너무 많다는 것,

지금은 기계로 약을 달여 밀봉하여 제품화하는데 아버님은 굳이 첩을 지어 죄다 종이에 쌓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약을 달이는데 숯불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한없이 낭비하는 긴 기다림의 수업이기도 하다.

내 집은 그냥 양약방이다 보니 약장에서 그저 꺼내 먹으면 그만이다.

약을 달이다 보면 졸여져 탈 때도 있고 물 조절이 못하여 버릴 수도 없어 마냥 졸이기도 하고, 여하튼 그냥 싫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한약방은 문을 닿았다. 내 집도 아버지가 안 계시니 약국 문을 닿았다.

그런 지금은 그 공부를 안 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1년 배운 것은 있지만 기억도 없다. 대충 약재만 알 뿐이다.

이제 내 몸이 휘어지다 보니 선조들의 비방이 한결 몸에 이롭다는 것을 깨닫고 보니 이미 모든 것은 세월 따라 가고 없다.

더러 지방에 내려가면 아버님은 생전에 어머님 묘소 주변에 산수유나무를 많이 심어 두었다. 집안 뜰에는 구기자 넝쿨을 심어두고,

산비탈에는 반하 씨를 뿌려두고 작약은 밭에서 직접 키웠다. 그러니까 일반 약제는 직접 수급조달이 되었던 것이다.

약제 일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온다며 직접 재배를 하셨던 것이다.

내 아버지께서도 묘목사업을 하신다고 온갖 나무 씨들을 뿌려서 키운 묘목을 진저리나게 봐온 터라 싫었다.

특히 분재는 나무에 철사를 감아서 형태를 잡아 저 마음대로 자라고픈 나무들을 억압하는 것이 매우 싫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재는 아니지만 나무를 키우는 일에는 두 팔을 걷어 부친다.

아주 조그만 지식이지만 제대로 못 키우고 버린 화분을 보면, 살려내려는 마음이 언젠가부터 마음 바닥에서 자리하고 있었다.

 

시간을 초월하는 공간만 있으면 탈피하고 팠던 그때의 상황들이

지금은 참으로 고맙다. 그 모든 것이 관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드러내지 않은 사랑이었다.

표현하지 않는 마음속에 따끈한 숭늉 같은, 몸을 보호하는 시원한 생명수가 존재하고 있었음에

지금에서야 매우 감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나간 일상 가운데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 있었다고 웃음 지으며 회상을 하니 참 감사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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