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춘삼월을 보낸다.

은빛강 2011. 3. 31. 19:30

 

춘삼월(春參月)이 간다.

물론, 음력 이월(貳月)이지만, 변덕스런 기후라기보다 자연이 잠시나마 인간에게 성찰할 시간을 준 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달이 지나도 모세시나이 산에 들어갔을 동안 야훼께 반항하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무딘 마음으로 혹시나 나 역시

지금 살고나 있지 않을까 무척 걱정되고 염려된다.

내가 나를 보는 것과 남이 나를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고 창조주께서 또한 나를 보는 것이 다를 수 있듯이,

 

불과 몇 년 전 같았으면 볕바른 곳에 항아리 가득 메주를 씻어 며칠 간수를 내린 소금 용해한 맑은 물로 된장을 담을 시기인데

주택구조들이 그저 편하게 설계되어 뜨락 없는 허기를 가지게 한다.

기분 좋은 봄바람에 빨아 널던 이불자락들도 중국대륙에서 불어오는 흙바람으로 그것마저 옹색해진 공간들......,

뿌연 이른 아침, 조부모님의 요강을 시냇가에 씻으러 가던 '국민 학교' 유년시절이 희뿌연 안개처럼 아른 하다.

할아버지의 허리춤에서 나무안경집이 딸깍 거리며 귓전을 돌고 간 공간에 그 유년의 문은 자꾸만 좁아져 간다.

 

정말 빙하기가 도래하는 것일까, 몸져누운 지구의 가슴에 귀를 바싹 대고 신음소리를 안타깝게 담아 본다.

내 아버지의 인공호흡기의 공허한 소리처럼 들려 올 뿐이다. 

 

 

 

                                                                              2008년 가을 속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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