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은빛강 2011. 6. 2. 05:57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무궁화, 무궁화

 

정하해

 

 

아낙 몇이서 잡풀 뽑고 있다

무궁화 주둥이 하얗게 벌어진 꽃그늘 아래

앉은걸음 치는 엉덩이 피곤해 보인다

진딧물 한가득 들러붙어 꽃의 진액을 빠는지

거적처럼 둘러쓴 흰 꽃받침대가 야위어

시들하다

나도 저렇게 들러붙을 어머니가 있어 진액을 빨았던가

끝물에 태어나 암죽을 먹었다는데

홀쭉한 젖무덤 원망깨나 한, 못된 짓만 했다는데

어머니를 보내는 며칠 전 누운 등허리 속으로 손을 넣다 알았다

칠피처럼 말랐다는 것을

그 마른 속속들이 흰 종이꽃을 바치고는 내 죄의 탕감을

지금껏 빌고 있는데

땡볕에 들어나는 아낙의 등이 봉긋한 무덤 같아

대낮의 순간이 참 길다

 

 

 

-시집 『깜빡』(시학,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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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상상력과 인간적인 생의 탐구가 조화된

한 편의 시

고달프게 살아가는 이 땅의 아낙네들과

그 무리의 한 사람인 어머니의 모습과의 호응

한 세상 온갖 시련과 간난으로 살아온

아낙들과 어머니 삶의 호응

그 속에는 속 아픈 삶의 그늘이 널브러져 있다

아낙인 시인이

어머니를 통하여

어머니의 고달팠던 한 생애를 되새김질하고

속죄와 참회의 심정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성과 인내심

이 속성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생을 탐구하고

보편적인 생의 본질을 짚어보려는 것이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