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13-변주곡

은빛강 2013. 1. 7. 23:55

 

13-변주곡

 

밤 세워 끓어오르던

용암 한 국자 퍼 올리듯

선연한 핏빛 가래

남양분유 깡통을 배불리던

내 할머니

 

요정 집 뒷골방

여윈 손 뼈 마디

굵은 동맥이 고통으로 감싸고

하얀 버선 위에 그려 낸

빨강 동백

 

지금은 잊혀진

버간디 빛 각혈이

버간디 빛 장미꽃

마주 할 때 마다

얼음 꽃 위에 스며든 혈꽃(血花)

 

육 손 의 아리따운 여인도

내 할머니도

칠흑 밤사이로 피워 낸 꽃

이른 새벽 개천

얼음장 아래로 흘려보낸 불꽃

 

마감하는 삶은 고단한 일

이른 봄 져 가는 동백의 강

지는 날을 준비하는 겨울

가고 옴을 예비 시키는 계절

 

준비하는 시간은 은총의 시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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