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4-섣달그믐 밤

은빛강 2013. 2. 5. 14:04

섣달그믐 밤

 

그믐으로 가는 밤은

 

얇게 저며 낸 무우

날렵하게 채 썰어

도마 위 하얀 바늘 송송

 

그믐으로 가는 밤에

 

꽁지만 남은 하얀 무

등촉마저 휘청거리는 칠흑 밤

하얀 바늘 하나 둥둥 떠 있는

 

그믐으로 가는 밤에

메케한 등촉 꺼진 그을음

속적삼에 청보라 물 적시고

 

몸을 푸는 새해 벽두

초하루가 햇살 가득 안고

대문 열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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