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자리

은빛강 2013. 2. 16. 15:28

 

자리

 

청소기 흡입구가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고요하게 내려앉는 자리

 

하루가 지나가는 시간의 길목

육신을 세워 두고 마음을 찾는다

 

늘 육신과 마음의 자리에

햇살과 하루를 올려 두면서

정작

우리의 그분이 계실 자리를

구태여 만들지 않았다

 

생각으로만 그러했을 뿐

그분을 실로 염려하지 않았다

 

저문 문밖에서 서성이시는

그분을 위해 빈자리가 없다

 

그리 길지 않은 세상 시간에서

지금 돌아 와 빈 자리에

걸레로 훔쳐보는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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