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종이 강] - 약속의 강

은빛강 2013. 3. 27. 05:13

 

[종이 강] - 약속의 강

 

수탉이 가다듬은 목청으로

새벽이 서성이던 어둠 가르고

베드로의 가슴을 훑어 내렸다

양심이 파열 된 아픔을 겪으며

부서진 신뢰 조각을 주워 모았던

 

살면서 나는 몇 번의 불신을 했을까,

도덕 교과서는 정답 구사를 원했고

사회 지론은 정답의 골자를 원한다

생각은 언어와 손잡고 바른생활 하고

가슴은 늘 자율의지 대로 발걸음 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희망의 길 앞에서

좌초 되고 파선이 될 때

가슴이 후들거려 양심으로 귀의하고

진정이 되면 다시 헐거워지는 신뢰

갈대숲이 되어 세속 바람 따라 흔들렸고

저녁노을 젖어든 붉은 하늘 보고서

시간은 이미 많이 흘러 가 버렸음을 깨달아

갈대는 계절의 끝을 보며 강바닥에 누웠다.

 

한 세상,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 버린 것

주검의 바람이 강바닥 갈빗대를 훑고 지날 때

과거를 잡으려 애써도 도무지 잡히지 않는 것

가까운 이들을 많이 떠나보내고서

귀향 할 곳 어슴푸레 그려 보는 마음

한 오라기 양심이라도 걸치고자

오늘의 시간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것

내일은 영원한 잠속이려니

하루를 산 시간들 애써 씻어 보는 초상은

성서(聖書) 유다 보다

성서(聖書) 베드로 보다

날마다 더 짙은 죄인일 뿐

내 약속의 강에는 약속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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