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강] - 약속의 강
수탉이 가다듬은 목청으로
새벽이 서성이던 어둠 가르고
베드로의 가슴을 훑어 내렸다
양심이 파열 된 아픔을 겪으며
부서진 신뢰 조각을 주워 모았던
살면서 나는 몇 번의 불신을 했을까,
도덕 교과서는 정답 구사를 원했고
사회 지론은 정답의 골자를 원한다
생각은 언어와 손잡고 바른생활 하고
가슴은 늘 자율의지 대로 발걸음 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희망의 길 앞에서
좌초 되고 파선이 될 때
가슴이 후들거려 양심으로 귀의하고
진정이 되면 다시 헐거워지는 신뢰
늘
갈대숲이 되어 세속 바람 따라 흔들렸고
저녁노을 젖어든 붉은 하늘 보고서
시간은 이미 많이 흘러 가 버렸음을 깨달아
갈대는 계절의 끝을 보며 강바닥에 누웠다.
한 세상,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 버린 것
주검의 바람이 강바닥 갈빗대를 훑고 지날 때
과거를 잡으려 애써도 도무지 잡히지 않는 것
가까운 이들을 많이 떠나보내고서
귀향 할 곳 어슴푸레 그려 보는 마음
한 오라기 양심이라도 걸치고자
오늘의 시간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것
내일은 영원한 잠속이려니
하루를 산 시간들 애써 씻어 보는 초상은
성서(聖書) 속 유다 보다
성서(聖書) 속 베드로 보다
날마다 더 짙은 죄인일 뿐
내 약속의 강에는 약속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