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프란치스코 교황님

교황 잇단 파격행보에 가톨릭 전통주의자들 ‘불만’

은빛강 2013. 4. 2. 13:47

프란치스코, 부활절 메시지 “한반도 화해 기원”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원한다는 교황 프란치스코(77)의 검소하고 격의 없는 행보가 가톨릭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가톨릭 전통을 깨고 남성과 가톨릭 신자로만 제한되어온 교황의 성목요일 세족례에 이슬람 신자를 포함한 2명의 여성을 참여시킨 것이 반발을 수면 위로 노출시켰다.

AP통신은 전통주의 성향의 블로그 ‘로라테 카에리’가 교황의 세족례를 교회 전례 전통을 복원시키려 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8년간 노력을 좌절시키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전통주의자들은 교황 선출 이후 지금까지 교황의 권위를 보여주는 상징들을 거부해온 교황의 모든 행동과 결정을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달 13일 밤 교황으로 선출돼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교황이 공식행사에서 입는 붉은색 비단 망토 대신 교황용 흰색 예복만 입고 나온 것이 그 시작이었다. 교황은 추기경들의 충성서약을 받을 때도 전임 교황들처럼 받침대 위의 의자에 앉는 대신 추기경들과 같은 위치에 선 채로 있었다. 종교 간 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종교 상대주의의 한 징표로 받아들여졌다. 교황이 가슴에 다는 황금 십자가를 거부한 것도 전통주의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톨릭 전통은 예수의 12제자가 남성이었다는 이유로 오직 남성만을 교황의 세족례에 참여시켜왔다. 그렇지만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법을 만드는 수장으로 이론상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미국 가톨릭 신문의 보수 논객인 지미 아킨은 “교황은 교회법이 어떻든 누구의 허락 없이도 예외적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그들의 지도자를 모방한다”며 교황이 교회의 규율을 무시하면서 다른 이들이 따라할 만한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즉위 이후 첫 부활절을 맞은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가톨릭교회가 필요한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며 “믿음을 잃지 마라. 결코 포기하지 마라. 하느님이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가톨릭 최고의 축일인 31일 부활절엔 25만명이 운집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부활 대축일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날 교황은 한반도 “화해”와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