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화 된 교회, '가난'이 답이죠"
[인터뷰] 대구대교구 정평위 박병규 신부
박병규 신부(대구대교구, 선남본당)는 지난 달 3월 11일 녹화를 끝으로 마무리된 평화방송 <복음 TALK톡톡>을 진행했다. 복음 말씀으로 젊은이들과 생각을 나눴던 이 프로그램은 세대를 아우르며 많은 이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박병규 신부는 이 프로그램이 “일방적 강의가 아닌 대화의 형식이었다는 점, 말씀을 우리 삶과 연결시키려는 시도였다는 점이 좋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평화방송 <복음 톡톡>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청년들 안의 예수,
박 신부는 ‘교회에 청년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성당 건물 안에 있는 청년들만 ‘우리 청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되물었다. “교회는 하느님 백성이고 그리스도의 지체죠. 그럼 그리스도의 지체는 누구일까요? 세례 받고 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신자일까요? 아니예요. 성서는 온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의지를 끊임없이 말하죠. 입으로 예수를 말하지 않아도 모든 젊은이들 안에 하느님이 살아계시지요. 그들은 선교의 대상이 아니예요. 이미 만들어진 하느님의 작품이죠.” 박 신부는 “내 경계를 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만 ‘우리’라고 부르는 것은 봉건주의적 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면서 아쉬움도 있다. 교회 안팎의 이슈, 혹은 ‘정치적’ 이슈를 다루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이다. “강정마을, 대선, 쌍용자동차 같은 사회 문제가 결국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예요. 교회 내 문제도 마찬가지죠. 건물을 크게 짓고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우리 삶과 신앙의 구체적인 문제들 말이예요. 말씀은 우리 삶 속에서만 살아있으니까요.” 교회, 소통을 위해 더 가난해 져야 “한국교회는 계급화 되어 있어요. 신자들이 사제를 따르는 구조지요. 그런데 원래 교회론은 그렇지 않아요. 각자 역할이 다를 뿐 평등한 평면적 구조예요. 교도권이란 것도 한 성직자, 한 인간이 가진 권력이 아니예요. 교도권의 주체는 오히려 하느님 백성 전체에 들려지는 하느님의 목소리지요.” 박 신부는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 선한 마음만으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거나 ‘신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태도는 한계가 명확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먼저 성직자들이 힘을 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물질적 가난’이 길이라 제시했다. “프랑스에서 9년간 유학생활을 했어요. 프랑스교회는 신자들이 떠나고 가난해지면서 성직자들 누렸던 권력이 없어졌고 교회는 보다 영성적으로 되돌아갔어요. 자기가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제도 있고, 교회는 완전히 평신도 중심구조가 되었지요. 세상 모든 것이 자본이나 물질과 연관 있어요. 돈이 있기 때문에 권력이 생기는 거죠.” ‘사제가 가난해지는 게 답’이라는 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주목하는 언론의 태도에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버스타고 아파트에 살고.. 이런 게 전부 사람 사는 모습이잖아요? 그런데 가난하고 겸손한 교황님이시라고 온 세계가 난리였어요. 대체 그동안 사람들이 성직자를 어떻게 생각했기에 그런 걸까요? 좋은 차, 화려한 집, 수행비서.. 이런 모습이었다는 거잖아요? 부끄럽더라구요.” 박 신부는 언론 뿐 아니라 성직자들조차도 교황의 가난함에 주목했다면서 “자기가 가난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교황이 소박해 보이는 게 아니겠냐”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신부로 겪는’ 이런 불편함은 본당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대구 정평위 활동, "천천히 부드럽게 함께 가고 싶다." 박 신부는 자신이 사목하는 대구를 ‘정말 독특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대구 지역의 독특성을 ‘왜곡된 정보’ 탓이라 설명했다. 신념으로 보수를 선택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왜곡된 정보 속에서 살아와 또 하나의 종교가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뭘 해야 할지, 또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게 보여요. 우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잘 전달하려고 해요. 설득보다 그저 ‘사실 전달’이 목표니까 최대한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부드럽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구요.” 박 신부는 “오로지 이것만 정답이라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대립이 아니라 대화하면서 함께 가고 싶다. 물론 대화를 할 수 있으려면 아직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비록 가끔 아주 작은 사회적 제스처에도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만, 마음 담아 만든 정평위 소식지 <함께꿈>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파괴나 단절을 원하지 않는다 했다. 예수님이 가신 길이기 때문이다. “예수님, 얼마나 속 뒤집어 지셨겠어요. 하느님이신 분이 사람이 된 것도 모자라 시골 한 구석에서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랑 지내셨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셨으니까... 그 길, 따라가 보고 싶어요.” 성서는 '사랑하는 이가 나에게 남긴 편지' 박 신부는 프랑스 리옹 가톨릭대학교에서 ‘요한묵시록에 나타난 어린 양의 그리스도론적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에게 말씀은 죽어라고 핍박받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역사 속에서 기록된, 그리고 지금 펄떡거리는 우리네 삶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하느님의 뜻이다. 박 신부는 얼마 전부터 고진석 신부(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와 함께 본당 신자들을 위한 작은 묵상집 <말씀흔적>을 만들어 배포했다. 여기저기 요청하는 이들이 많아 자발적 후원을 받으며 ‘애초 의도와 다르게’ 인쇄 부수를 늘일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박 신부에게 성서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성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써 준 편지’라고 답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써 준 편지를 들고 본당 신부님에게, 수녀님에게 달려가서 ‘이게 무슨 뜻이예요?’하고 해석해 달라 하진 않잖아요. 혹시 잘 이해가 안 되는 구절이 있어도 ‘그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고민하면서 곱씹고 곱씹겠죠. 말씀도 그래요. 성직자나 수도자가 아니라 누구라도, 말씀 속에 있는 하느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어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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