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아픈 안개

은빛강 2014. 4. 10. 14:20

아픈 안개

 

고요한 아침이 짙은 스모그 바다에 잠긴 날

여인 한 명이 내 집 벨을 눌렀다.

모노로 클로즈업 된 얼굴은 안면 없는 여인이다.

이집 아저씨 계세요?” 무엇 때문이냐는 질문에

이집 아저씨가 그림 그려요?” 그것이 알고 싶은 이유인가란 질문에

남의 집에 들어 와서 짐승들을 잡아 갔어요.” 뜬금없는 답변과

짐승들 내장으로 그림을 그리면 어떡해요?” 황당한 말 앞에

그냥 가시던 길 가시라며 폰을 끊었다.

다시 벨을 눌렀다.

횡설수설이 오가는 사이에

흔들리는 바람 한 줄기

쇠주 한 잔 했어요.”

소주 사러가는 길이에요.”

짙은 화장을 한 여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기압이 내려가면 우울증 환자들의 기분도 내려간다.

그녀의 삶도 오리무중 사이를 자맥질한다.

그녀에게서 외로움이 묻어난다.

그녀에게서 깊은 상처가 드러나고 있다

그녀에게서 젖은 슬픔이 짙은 화장 속에 보인다.

그녀에게서 정처 없이 떠도는 넋이 보인다.

 

내 몸도 물에 젖은 솜이었지만

그녀도 몹시 아픈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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