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국립암센터

은빛강 2006. 10. 20. 16:21

 

 

여백 넓은 창

그것을 종내 간직 해 오다

여백 넓은 창

그 앞 한 점으로 서성이던 날

 

해 담는 소쿠리 사이로 삐져나온

붉디 붉은 서녘하늘 아래

바람결에 사라져 간

머리카락 대신 예쁜 모자를 쓴 이들

 

세상살이 험난한 파도를 헤치듯

그 포말을 뚫고나와

생의 계단에 한 획을 느슨히 긋고

조수간만이 심한 밀물 앞에

긴 그림자를 뉘인

아버지는

예전처럼

산더미로 밀려 오던 험준한 파도가 아니다

지친 삶의 짐을 내려 놓은

황혼일 뿐이다

 

금강산을 육안 병풍으로 간직하겠노라는

기이한 고집의 수묵을 받고

여의치않는 피곤에 침몰한 시각

구르는 휠체어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오동잎 바스락임에 기민한

환자들 사이에

아버지가 계셨다

 

겨울이

저 멀리서 오고 있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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