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 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0. 3. 21. 01:57

 

 

 

 

'좋은 시 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독락(獨樂)의 장

-구상

 

 

얘들아, 내가 노니는 여기를

매화 옛 등걸에

까치집이라 하자.

 

늬들은 나를 환희(幻戱)에 산다고

기껏 웃어 주지만

나에게는 어느 영웅보다도

에누리 없는 사연이 있다.

 

이제 나도 세월도

서로 무심해지고

눈 아래 일렁이는 세파(世波)도

생사(生死)의 소음(騷音)도

설월(雪月) 같은 은은(殷殷) 속에

화해(和解)된 유정(有情)!

 

얘들아!

박명(薄明), 저 가지에 걸치는 효광(曉光)과

모혼(暮昏)의 정적을 생식(生食)하면서

운명(運命)을 정서(情緖)로 응감(應感)시킨

내사 갖는 이 즐거움이야

늬들은 모르지.

 

 

 

 

-최초 발표지 : 『자유문학』(1961.)

-시선집 『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미래문화사, 1996)/(홍성사, 2004)/ (한국문학도서관, 2007)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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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과도 등지고

욕심과도 등지고

오로지 호올로 즐기시다

아니 기다리시다 가신

선생님이 보고 싶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윤장근 소설가를 영세시키려고

신부님, 구상 시인, 윤장근 소설가, 나

이렇게 넷이서 서재에서 특별세례식을 가졌던 기억

그날 내게 친필 사인해 주신

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 『구상』이 있는데

서재에서 손을 떠시며 써 주신 글씨가

마치 미진으로 나타난 그래프 같아서

마음 아프다

무슨 일이든 나서지 말고 지켜 보라시더니

님은 가고 안 계십니다

우리는 님이 갈파하신 세월 속의 ‘오늘’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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