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저녁의 동화-구멍--김경주

은빛강 2010. 3. 28. 03:37

해군초계함 침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노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
그것들이 잠들어 있는 밤을 향한 길목에서
어제도 오늘도 기다리는
그러다 천천히 늙어가는

       





저녁의 동화-구멍---------------------------------김경주



죽은 나무의 구멍 속에도 저녁은 찾아온다
그 저녁에 닿기 위해
나는 나무의 구멍을 빚어 만든
당신의 오래된 기타를 생각한다
당신의 기타 속엔 오래된 강물이 고여 있고
활어떼가 흘러다닌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노래 안에 살고 있는 활어들의
아슬아슬한 水面을 향해서
내게 있는 투명을 조금 흔들었을 뿐이다

죽은 나무의 구멍 속에 살고 있는 저녁은
하늘에서 내려온
가장 늦은 그늘이 들어가는 자리다
그 저녁으로 들어온 그늘에 빗물이 묻으면
나무는 밤보다 어두워진다

어떤 짐승도 구멍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며
어떤 아이도 짐승처럼 구멍 안에 낮게 엎드려 울지 못한다
어둠은 저녁이 천천히 빚어내는 꿈이기 때문이다

죽은 나무의 구멍 속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온다
꿈을 꾸던 맨발의 아이들이 다가와
그 물을 손으로 받아 마시며 조금씩 늙어 돌아간다
당신이 지느러미를 흘리며 물 속으로 돌아갈 때
나는 아무도 모르는 나무의 구멍에 입을 대고
목젖을 보였던 사랑이다




*시는 『창작과 비평』겨울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