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홍매화--김 지 연

은빛강 2010. 4. 14. 08:37



4월, 가슴 설레이던 달이었건만

우리는 싸늘한 4월에 잠기어 일렁이고 있습니다.-설록

       





홍매화

---------------------------- 김 지 연


신문구독을 계약하고 받아놓은 전화기를
시골집에 택배로 보냈다

그곳엔 덩그렇게 큰집이 봄산처럼
넉넉한 품으로 어머니를 지키고 있다

또 어머니는 그런 집을
조심스레 모시고 산다

거실 가득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음성이 귓속으로 곱게 퍼진다

전화벨이 울리면 숫자판 위로 반짝거리는
연분홍 빛깔을 구경하느라 늦게
수화기를 든다는 어머니

귀로 듣는 향기 나는 음성보다
눈으로 보이는 연분홍빛이 아직은 더 좋은가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투패를 떼시다
이월 매조가 나오면 기분이 좋다며
맑은 새소리처럼 목청이 고와지신다

조석으로 시골집 전화벨 소리가
함초롬히 핀 홍매화마냥 줄줄이 이어진다
어머니 사랑만큼 봄이 깊어진


* 위 시는 『 《소심素心을 보다》 김지연 시집 』에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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