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노랑붓꽃-나종영

은빛강 2010. 4. 14. 19:48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노랑붓꽃

 

나종영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작은 풀이파리 만한 사랑 하나 받고 싶었을까

나는 상처가 되고 싶었네

 

노란 꽃잎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병든 몸이 뜨거워지고,

나는 사랑이 곧 상처임을 알았네

 

지난 봄 한철 햇살 아래 기다림에 몸부림치는

네 모습이 진정 내 모습임을

 

노랑붓꽃 피어 있는 물가에 서서

내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나는 사랑했으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나는 상처를 사랑하면서 알았네.

 

 

 

-시집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실천문학사, 200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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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에 대하여

-가우 박창기

 

하늘 아래

일필휘지의 달인을 말하라면

너밖에 더 있느냐

너를 이르는 이름이 무릇 몇이냐

 

붓꽃

흰붓꽃

각시붓꽃

흰각시붓꽃

노랑무늬붓꽃

흰노랑무늬붓꽃

꽃창포

노랑붓꽃

노랑꽃창포

솔붓꽃

부채붓꽃

참부채붓꽃

타래붓꽃

제비붓꽃

만주붓꽃

붓꽃란초

등심붓꽃

흰꽃창포난장이붓꽃

 

하늘에다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이 고귀한 것들의 반란이 남긴 흔적

예사 눈으로는 볼 수 없으니

아 바람마저 불어준다면

호수의 한 마리 백조로도 변할 수 있겠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