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삶의 단상-수필

우리들의 시간

은빛강 2010. 5. 3. 15:15

우리들의 시간

-시간이 없다 -

공자의 사서를 풀어서 완간하신 [정일옥 선생님]께서도 "시간이 없다."고 말씀 하셨다.

물론, 여든이 훌쩍 넘기신 세월의 시간은 막간이란 아까운 존재이다.

더러는 한가한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에 돌아 다니는 시간들이 점멸 할 때 마다

잡을 수 없음에 안타깝다.

그러나 덧없이 길어도 슬픈 이들

그들의 하얀밤이 가엽다.

 

흙은 그대로 시간을 덥고 자면

정녕 쓸모없는 곳이 되고 만다.

뒤집고 호미로 갈아야 부드러운 토지가 되고

충분한 자양분을 갈무리 하면

종자들이 더욱 많은 소출을 안고

아기를 안은 어미의 모습으로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긴 겨울의 동면을 취하고

작고 소박한 꽃들이 잠에서 눈을 뜨고

대지는 푸른 풀잎들의 정장을 갈아 입고

철쭉 한 무덤을 팔에 안고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모닝 벨을 누른다

 

 

대지가 부산히 움직이는 계절

한반도의 토지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이

푸르게 삶을 엮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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