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삶의 단상-수필

시장 풍경

은빛강 2010. 6. 16. 07:48

왠지 무척 덥다고 생각이 되는 날

연로한 어머니와 시장엘 갔었다.

아픈 오라비가 사무실을 직원들에게 내맡기고 자리 펴고 누운 지 오래

옆 사무실에 있는 유년의 동창 친구인 변호사가 연락을 주어서 5월 한 달을 오라비 집을 들락거렸다.

고향에서 전화로만 사정이야기를 들으려니 답답하셨는지 모친은 짐을 꾸려 상경하셨다.

오라비를 위해 식단을 차리려 시장엘 함께 갔다.

워낙 시장 지리와 물정을 모르는 터라 시장을 잘 가지 않는다.

주로 인터넷으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전단지를 통해 구입을 하는 편이다.

시장이라는 구조가 사람들이 북적거려 싫어하고 적정가격이 매겨진 것이 아니라 재주 것 사야한다는 점,

그러한 거래 구조가 일단은 피곤하다.

 시장 안을 한참 배회하다가 맘에 끌리는 바지를 훑어보고 있노라니

옆에 서계시던 어머니는 바로 옆 신발 가게에서 샌들을 만지고 계셨다.

나의 샌들이 발이 아프고 딱딱해 다리가 매우 저려 온 터라 어머니는 내 샌들을 고르고 있었다.

신발가게 젊은 남자가 밖으로 나와서 찾고 있는 물건이 있느냐고 물어 보지도 않은 채 모친의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얼른 돌아서 들어가더니 내도록 열려 있었던 가게 문을 닫았다. 가게 안에는 젊은 여성고객이 의자에 앉아서 몇 켤래의 신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이것저것 신어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만져 보던 바지를 되걸어 두고 모친 곁으로 갔다. 내가 신기에 편한 샌들을 골라 놓고는 신어 보라고 하셨다.

유리 너머 남자가 얼른 문을 열고 나왔다. 필요한 게 있으시냐고?

 "내 걱정 마시고 아까처럼 문이나 닫고 니 일이나 잘하세요." 그 남자가 무안한지 벌줌 서 있다가 되돌아 들어갔다.

어머니는 "이것 편할 텐데..."

"하이고 암만 편해도 저런 인간에게는 살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한참을 시장을 돌아다녔다.

제일 작은 압력밥솥을 사고파 해서 그릇 가게를 뒤졌다.

조금 비탈진 곳에 그릇 가게가 있었다.

어머니는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생겨났는지 이것저것 골라 모았다.

그사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압력솥을 나열 해놓고 고르는 동안 주인아저씨는 얼른 에어컨을 가동시키려 플러그를 꽂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면 다시 더울 텐데 그냥 두세요."라고  해도 그는 에어컨을 가동을 했다.

그리고 무릎관절 수술을 해서 다리가 아픈 어머니에게 의자를 내 드렸고 시력도 저하되고 오른팔에 인대도 나가고 해서 몹시 피곤한 어머니에게 그분은 그냥 몸에 밴 친절을 베풀었다.

의자에 앉아 계실동안 필요한 물품을 죄다 사올 동안 가게 주인은 어머니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면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집 앞 까지 택시를 타고 온 날,

그렇게 하루 시장을 모두 본 날이었다.

 

어둠이 내린 시간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두 남자가 그려졌다.

세상엔 다면 층의 인격이 존재하지만

얼마만큼의 풍진세상살이를 했는가에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과 배려가 물씬 풍겨 나오는 것 같다.

고진 세월을 감수인내 하지 않은 자에게서는 절대 풍요로운 배려가 나올 레야 나올 구석이 없음이다.

어떠한 일을 업으로 하든지, 늘 마음가짐은 조그마한 친절을 바닥에 깐다면, 언젠가는 기쁨의 열매가 그 친절의 바닥에 풍요하게 돌아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야 옳지 않을까 하는 아침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