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삶의 단상-수필

오늘의 고리를 놓으며......

은빛강 2010. 7. 17. 01:26

 

   해가 중천에 뜨다 만 것인지 아니면 구름이 너무 두꺼운 것인지 아무튼 집안이 침침하다.

근 20여년이 넘는 편두통을 앓으며 바로 전 날에 남기지 않고 모든 일을 완수 한 것으로 알았는데 그것이 아닌가 보다 아픈 뇌를 강타하는 전화벨이 귀속 달팽이관을 뚫고 전두엽을 가른다.

수신중지를 누르면 다시 걸리어 오는 마법 곽 같은 조그만 휴대폰은 지레 몸을 떨고 있다.

남겨진 문자를 열어보니 중요한 일에 일시(日時)인 날 자를 빼 놓았다.

그러나 카페에는 아주 상세하게 글을 올려 두었으나 그곳을 들러 나오 는 것 보다 전화 버튼 누르는 것이 아무래도 더 빠른가 보다.

침침한 거실을 가로지르는 빛 한줄기 긋더니 이내 우뢰가 땅을 흔들어 댄다.

더 이상 베개를 끌어안을 수 없다.

머리가 십분 오열 쪼개지는지 너무 아프다. 아파서 일어나 내방 책장 이곳저곳에 던져 둔 약을 찾아 먹으려 가야한다.

대략 아침이면 늘 걱정인 내 방을 가는 길은 거북하다.

내 집에는 모녀 견 두 마리가 산다.

모 견은 대소변을 화장실에서 해결하지만 자녀 견은 내방에 모든 볼일을 죄다 본다.

아무렇게나 실례한 바닥을 건너가려면 우선 인내심을 발휘해서 휴지로 훔치고 스핀엔고 걸레로 닦고 다시 걸레를 씻어서 닦고 선풍기로 환기를 시킨 뒤 비로소 약을 손에 쥐고 주방으로 간다.

눈을 뜨면 우선 삼켜야하는 편두통약,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나에게선 편두통만큼 더 큰 고통은 없다.

손가락이 칼에 베이고 접히고 해도 나는 머리 아픈 게 대수다.

어쩌다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져 골반인지 대퇴골뼈인지가 부서졌었다. 사실 뼈 부서진 것이 몹시 아플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아픔도  편두통만큼은 아니다.

아마 이것이 내가 지고 가야 할 인생이고 업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사나흘씩 정신을 잃고 아프느니 차라리 다른 곳이 아픈 게 좀 더 났다.

연로한 노모께서 아픈 오라비 때문에 상경해서 일산 막내네 집에서 생신을 하신다니

굵은 빗속을 어찌 헤쳐 갈까나 걱정이 밀려왔다.

다행히 다섯째 동생이 학교근무 끝나고 지나가는 길에 나를 픽업 해 간단다.

줄곧 번개가 집안을 이리저리 칼질을 하는데 내 머리 속을 지나간 번개 하나

얼른 세 살 박이 자견의 목줄을 찾아서 예쁘게 치장을 했다.

강아지를 데려갈 요량이었다.

눈치 빠른 아가는 앞장서 현관 앞에 앉아있다.

그런데 돌아 올 때는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아주 커다란 가방을 찾았다. 아가를 대충 집어넣을 수 있는 것으로,

이 녀석이 안 들어가려 난리다.

밥도 못 먹였고 또 모 견이 내가 없을 틈을 타 지 아가 귀를 깨물어 놓는다.

잘은 모르지만 심술을 부리는 듯 했다.

동생전화를 받고 그냥 강아지 두 마리를 두고 나와 버렸다.

맘이 계속 쓰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는 이 시간 아가들과 함께 있다.

이런 것, 이렇게 작은 삶의 구슬을 꿰듯 살아가는 시간들,

이것이 적절한 현실이다.

일의 양이 적건 많건 모든 것을 완료하고 조용하게 내 자리로 돌아  온 것

지금 아픈 머리는 약을 먹고 잠이 들면 아주 빨리 회복이 된다.

오랜 시간 긴장하며 매사를 힘들게 살아 온 탓일 게다.

마음대로 해석하고 마음대로 분석하는 이들의 뇌구조를 연구만 하지 않으면

정말 그다지 아프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구조를 생각만 해도 만성이 된 편두통은 벌써 울렁증이 인다.

세상의 고요와 침묵은 또 다른 행복을 제시하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이라기보다 중요한 대목은 터부시하는 부분은 상호 개인의 삶을 존중 해주면 자신의 삷 도 여유롭고 좀 더 윤활유를 첨가한 것처럼 행복에 가깝지 않을 까란 생각을 해 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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