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삶의 단상-수필

다비식과 해탈

은빛강 2010. 3. 13. 14:07

법정스님 다비식3월 13일 맑은 날 다비 예식

 

 삶이 굴러 가는 구릉에는 하고많은 인연들이 있다.

작게는 타인에게 누를 끼치는 인연, 타인에게 선을 베푸는 인연,

그리고 크게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재난의 인연과 천지간에 푸른 숲과 참 소나무와 같이 생명을 주는 인연이 있다. 

오늘 천지간 맑은 날, 참 소나무와 같이 소중한 생명을 주던 인연 한 분이 우리들 곁을 떠나간다.

그것도 주검에 관조차 입히지 않은 장례는 아주 특별한 예식인 불교 전통의 다비 예식으로 진행하였다.

다비식이란, 여러 관점에서 볼 테면 장엄하기도 할 것이고 또는 육안으로 지켜 볼 수 있어 슬프기도 할 것이다.

오늘 다비식에서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것들은 삶이 끝난 뒤 그 인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란 의구심일 것이다.

물론, 불자들은 극락왕생이 궁극적인 결론인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만 이 시점에서 영혼의 거처를 생각하는 것은 어느 종교이든 유관한 것이다.

불교의 원천인 베다교는 일찍이 인간의 삶이 끝나면 그 주검을 인더스 강줄기를 모태로 삼고 그곳에서 화장을 했다. 주검이 타는 동안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연기는 기화되어 구름이 되고 그 구름은 주검의 생애를 안고 액화되어 비로 변화 된다. 빗줄기는 주검이 살아서 걸어 다니던 대지 위에 내린다. 그리고 주검의 생애를 안은 빗물은 흙속으로 스며들어 대지 위에 초식으로 태어난다. 그것을 먹고 사는 생명체에 의해 여러 다른 생명체로 거듭 태어난다. 그 주검의 행실대로 축생에서 부터 날짐승 땅을 기는 생명체 등으로 태어나는 것이 '윤회'이다.

인도의 샤까족의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싯달타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숲으로 나갔으나 크게 깨달은바가 없음에 목말라하다 보리수 아래서 탈진한 싯달타는 소를 치는 여인의 도움으로 생기를 얻으며 깨달은바 '세상이 모두 허망하다.' 했다. 이 말은 세상의 그 어떤 선과 악도 수행하는 자에게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 버린다는 뜻이다.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인연이 되는 번뇌의 산물을 조금도 갖지 않는 수행자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 함께 버린다.라고 시작하는 싯달타의 운문 구송이며 그의 철학이 베여있는 사상이다.

싯달타의 사상을 수행하던 제자들이 늘면서 '아소카 왕'시대에 제자들이 구송 되어 오던 운문을 엮어 경집(經集)을 만들었다. 그것이 "숫타니파아타" (숫타-경) (니파아타-집성) 곳 경전이란 뜻이다. 물론 산문을 엮은 깊은 뜻의 경전도 존재한다.

싯달타는 [샤까족의 성자]라고 해서 범어로 [샤까모니]인데 한자로 음사 된 것이 [석가모니]이다.

5천년을 아우르는 현대에도 싯달타의 경전은 모름지기 인간의 사유와 삶을 윤택하게 제시하는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싯달타는 자신의 철학에 옛것(베다교)을 굳이 배제하지 않고 인간에게 유익한 것은 아주 소박하게 풀어서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하게 했다.

되짚어 올라가면, 다비식에서 인간은 자신이 지은 죄로 윤회를 거듭하나 그 가운데 깨달음을 얻고 많은 인연들을 위해 선한 삶을 살면 그 윤회에서 벗어나 대우주라는 브라만의 세계로 간다. 그곳은 베다교의 신인'브라만'이 살고 있는 대우주 즉, 극락왕생을 지칭하는 곳이다. 그곳에 영혼이 들면 다시는 여러 생명으로 태어나는 '윤회'는 거듭되지 않는다는 설이다.

그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다.

해탈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를 바라는 사상의 집약이다.

인간 삶의 구릉에서 하고 많은 인연과 하고 많은 사연들이 오늘도 엎치락 뒤치락이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 번뇌의 산물을 조금도 갖지 않고 살아 오셨던 법정스님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 함께 버리고 홀연히 연무로 떠나셨다. 진정한 해탈의 모습을 산 이들에게 보여주고 그렇게 경건하게 떠나가셨다.

그리고 생각 해 본다.

나는 무엇인가...

설록 박 찬 현

 

 

 

그리고 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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