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는 이를 눕히며
박 찬 현
삶의 행간에서 잠시 쉬어 보는 것
그것은 부지런히 길을 걸어 온 이의 휴식
내 오라비는 침묵을 입고 수행자처럼 고행한 길
버팀목의 몫을 다 하느라 수액 빠진 나무가 되어
에이는 칼바람 고독을 맞서 주검사이를 왕래 하는
햇살마저 땅거미 뒤로 숨어버린 시간
고독을 깔고 무거운 침묵을 덮은 밤
바닥으로 스며드는 숨소리 사라질까 두려운
고로쇠 수액을 갈취하고 냉랭히 돌아 선 이들
내 오라비를 그렇게 쇠잔하게 눕힌 그들
얇은 종이의 차이일 뿐
입이 많은 괴변에 나는 엄히 귀를 막는다
용서는 할지언정 잊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가슴이 이리도 멍이 들었는데
그대들의 이기심에 멍든 오라비 가슴은
보기나 했는가,
한 알의 바둑알만큼의 양심을 보고 싶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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