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앓는 이를 눕히며

은빛강 2010. 5. 15. 03:20

 

 

 

 

앓는 이를 눕히며

박 찬 현

 

삶의 행간에서 잠시 쉬어 보는 것

그것은 부지런히 길을 걸어 온 이의 휴식

내 오라비는 침묵을 입고 수행자처럼 고행한 길

버팀목의 몫을 다 하느라 수액 빠진 나무가 되어

에이는 칼바람 고독을 맞서 주검사이를 왕래 하는

햇살마저 땅거미 뒤로 숨어버린 시간

고독을 깔고 무거운 침묵을 덮은 밤

바닥으로 스며드는 숨소리 사라질까 두려운

 

고로쇠 수액을 갈취하고 냉랭히 돌아 선 이들

내 오라비를 그렇게 쇠잔하게 눕힌 그들

얇은 종이의 차이일 뿐

 

입이 많은 괴변에 나는 엄히 귀를 막는다

용서는 할지언정 잊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가슴이 이리도 멍이 들었는데

그대들의 이기심에 멍든 오라비 가슴은

보기나 했는가,

 

한 알의 바둑알만큼의 양심을 보고 싶을 뿐이야

 

 

'내 작품방 > 詩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된 용서  (0) 2010.05.18
피곤 하다.  (0) 2010.05.16
찾을 수 없는 것들--박 찬 현  (0) 2010.05.13
집으로 가던 날-박 찬 현  (0) 2010.05.13
만약 꿈이라 해도  (0) 201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