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삶의 장계를 들고--박 찬 현

은빛강 2010. 6. 13. 11:58

 

 

 

 

 

 삶의 장계를 들고

박 찬 현

 

미래를 향해 옮겨 가는 초침바늘

긴 시침바늘 위에 앉아 과거를 가로질렀던

하여 족적 없이 가고 있는 줄 알았던

지치고 곤함에 눌려 한 장 쥐포가 된 코앞에

누룽지 같은 청지기처럼 삶의 회계사가

부지런히도 가르마를 타며 분리 해 놓은

그림자와 족적의 무더기들 장계

 

언어처럼 글처럼

그렇게는 살아 볼 수 없었던 것들

아쉬움의 분리선 보다

허망함의 분리선이 더 커 보이는

미련불손하게 부모님 걱정을 만든 무더기

가슴 애련 해

아프게 돌출된 부모님 생채기 보듬으려 하나

그 시간의 무더기는 미약하기 짝이 없어

밤새  양수 속 몸살 앓던 자리 위로

육남매 산고를 만져보노라니

가슴팍에 서글픈 비만 내리고

 

병마의 오랏줄에 묶인 사족은

고락의 피접상골 모태 앞에 주검처럼 선

허망한 장계만 팔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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