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훈련 --- 박남수

은빛강 2010. 6. 22. 05:38


햇살 위의 고요가 생명으로 걷고 있지만

오늘은 가슴 속에 뚫린 강으로

초록빛 소요가 일렁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

 

실타래처럼 감긴 세상일들

햇살 한 줄 뚝 끊으면

황망한 공간이 가로지르는 것을...

 

이제 혼자서 가는 일을 해야 합니다.

행복하세요. 설록


       





훈련 ---------------------------- 박남수

팬티 끈이 늘어나
입을 수가 없다. 불편하다.
내 손으로 끈을 갈 재간이 없다.
제 딸더러도 끈을
갈아 달라기가 거북하다.
불편하다. 이제까지
불편을 도맡았던 아내가
죽었다. 아내는
요 몇 해 동안, 나더러
설거지도 하라 하고, 집앞
길을 쓸라고도 하였다.
말하자면 미리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가시게 그러는 줄만
여기고 있었다. 빨래를 하고는
나더러 짜 달라고 하였다.
꽃에 물을 주고, 나중에는
반찬도 만들어 보고
국도 끓여 보라고 했다.
그러나 반찬도 국도
만들어 보지는 못하였다.
아내는 벌써 앞을
내다 보고 있었다. 팬티
끈이 늘어나 불편할 것도
불편하면서도 끙끙대고 있을
남편의 고충도.




*음악은 파크닝, 브랜든 DUO-Four Renaissance Pieces 중 no 3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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