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물소리를 듣다-나희덕

은빛강 2010. 6. 30. 08:2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물소리를 듣다

 

나희덕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

저 소리 좀 들어봐...... 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기운차고....... 오래 누고.........

저렇도록 당신이 키웠잖어....... 당신이........

 

등과 등 사이를 흘러가는 물소리를

이렇게 듣기도 한다 

 

담이 결린 것처럼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를 낯설어할 때

어둠이 좀처럼 지나가주지 않을 때

새벽녘 아이 오줌 누는 소리에라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강을 건너야 할 때 

 

 

-시집『야생사과』(창비, 2009)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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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던가요?

예전에는 그냥 그랬다나요

이즘에는 심하면 갈라선다네요

갈등을 두고는 편치 않아서

날을 세우느니 잊는다지요

 

그럼에도 희망이라는 게 있어서

녀석의 오줌 소리 같은

갈등 사이로 흘러서는

온전하게 되돌려 놓는 기폭제가 된다지요

 

어제 서울에서 깜짝 놀랄 이야기 들었는데

상류사회가 엄연히 있어서

월 일천만원 벌지 않는 상대에게는

시집장가 갈, 올 생각하지 않는다는군요

손에 물 묻히고는 못 산다는데요

그런 집의 부모는 아이들을 그렇게 교육시킨다네요

 

대한민국을 지키는 중심이 과연 어느 계급인가

참으로 궁금해지더라고요

돈은 방편이지만 사람이 없다면

정말 끔찍한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입을 닫고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대구에도 그런 부류가 있지요

 

나라에서 벌이는 아이 낳기 운동이

헛구호 아니길 빌어봅니다

 

우리 사이 갈등 틉시다

돈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문명의 이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다 망하기 전에 깨우치자고요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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