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나사-김창제

은빛강 2010. 6. 28. 12:29

나사

-김창제

 

내 마음에 박혀있는 나사

조이면 조일수록

단단해지는 힘이다

산이 푸르름을 당기고

하늘이 구름을 당기도

꽃이 아름다움을 당기고

서로가 서로를 조으며

매양 오른쪽을 겨냥하면서 당기고 있다

세월에 헐거워진 사랑을 조으고

조금 행복한 일상을 조으고

그리운 곳으로 추억을 당긴다

꽃이 꽃에게

사랑이 사랑에게

숫나사는 암나사에게

암호 같은 나사산으로 비벼간다

안개의 윤활유로 산은 매끄럽게 대지에 박히고

꽃은 붉게 나뭇가지에 박히고

내 사랑 심장에 박히고

조이면 조일수록 더 단단해지는

 

 

주산지

-김창제

 

하늘과 산이 맞닿은 곳

사랑에 빠진

호수 하나 보겠네

천상에 오르는 호수

백오십 년을 수절해온 사랑 하나

실뿌리로 가지 뻗은 잔잔한 그리움

왕버들 보겠네

하늘 이고 자근자근

산이 맞닿은 곳

천상의 호수가 있었네

수달의 입맞춤과 날다람쥐의 눈웃음

산야화의 꽃 그리움 있었네

너 사랑해봤나 그토록 깊이

너 사랑해봤나 그토록 잔잔하게

너 사랑해봤나 그토록 수려하게

왕버들이 천상의 호수를 지키듯

 

 

절단기

-김창제

 

모서리는 위험하다

잘리면 흉터가 된다

길이를 자르고 어깨폭을 맞추면

모서리는 동그랗다

직각의 칼날이 닿으면

평평하다, 쨍그랑 흩어진다

철들어 철들지 못한 모서리만

당강당강 잘린다

위선과 모순이 잘리고

꿈이 절망을 이길 때까지

모서리를 매끈하게 잘라낸다

당강당강

'시향을 창가에두고 > 詩하늘 詩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꽃담  (0) 2010.07.02
물소리를 듣다-나희덕  (0) 2010.06.30
훈련 --- 박남수  (0) 2010.06.22
어제의 바람은 그치고-김명수  (0) 2010.06.19
북어 ---최승호   (0) 201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