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0. 7. 18. 14:54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시집『마늘촛불』(애지, 2009)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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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경이라 말하지만

상처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상처를 만들면 만들수록

멀어져서는 잊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이도

섬처럼 상처를 만난다

멀리서는 그리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상처들, 상처들

 

자연의 섭리에서

배운다 하나

섭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초상이

늘 부끄러운 것이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