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나뭇잎 편지-복효근

은빛강 2010. 7. 25. 17:17
제158회 詩하늘 시 낭송회-복효근 시인-편에 회원님과 이웃을 초대합니다.

여름을 보내는 마지막 달에 서정시의 달인이라 여겨도 좋을 복효근 시인을 초대합니다.

8월의 주제 시집은 복효근 시인의 7번째 시집 『마늘촛불』(애지, 2009)로 합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여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서정의 길을 달려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박남준 시인의 말씀을 빌리자면

'변산 바람꽃을 보러 간다고, 앉은부채꽃 군락지를 발견했다고

꽃소식을 따라 발길을 재촉하는 그의 소년처럼 상기된 얼굴을 떠올린다.

그의 전언을 더듬어 춘설이 분분한 낯선 산 속을 찾아갔다.

그때 내 앞에 펼쳐진 눈 속에서 피어난 앉은부채꽃의 경이로움이라니,

복효근의 시가 왜 그렇게 서늘하도록 아름다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가를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서정의 빼어남을 굳이 말해 무엇하리. 절창의 수사를 덧붙여서 무엇하리.

무릇 시를 쓰는 이라면 살아서 꼭 한 번은 이르고 싶은 곳이 있다.

마침표를 찍고 싶은 한 편의 시가 있다.

이 시집의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꿈틀거리며 살아나서

막무가내로 밀려오며 울리는 도저한 파문이라니,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에 치를 떤다.

복효근은 분명 시의 한 끝을 보았음에 틀림없다.'

-시집『마늘촛불』 표사에서

 

 

-2010년 8월 5일 목요일 오후 7시

-대구 수성못 레스토랑 '케냐'

-회비 없음(식사 및 음료는 각자 계산하셔야 함)

-음악 : 박길영(카우벨 연주 및 요들송 연주)/색소폰 연주

-주차장 넓음

 

 

*복효근 시인 약력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당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5년 제5회 편운문학상 수상

-2000년 시외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시와시학사, 1993)

         『버마재비』(시와시학사, 1996)

         『새에 대한 반성문』(시외시학사, 2000)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문학과경계사, 2002)

         『목련꽃 브라자』(천년의 시작, 2005)

         『어느 대나무의 고백』(문학의 전당, 2006)

         『마늘촛불』(애지, 2009)

 

 

나뭇잎 편지

 

복효근

 


누가 보낸 엽서인가

떨어져 내 앞에 놓인 나뭇잎

어느 하늘 먼 나라의 소식

누구라도 읽으라고 봉인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펼쳐놓은 한 뼘 면적 위에

얼마나 깊은 사연이기에

그 변두리를 가늠할 수 없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이렇게

발음할 수 없다는 듯

가장 깊은 사랑은

다만 침묵으로만 들려줄 수 있다는 듯

글자는 하나도 없어

보낸 이의 숨결처럼 실핏줄만 새겨져 있어

아무렇게나 읽을 수는 없겠다

누구의 경전인가

종이 한 장의 두께 속에서도

떫은 시간들은 발효되고 죄의 살들이 육탈하여

소멸조차 이렇게 향기로운가

소인 대신 신의 지문이 가득 찍힌 이 엽서는

보내온 그이를 찾아가는 지도인지도 모른다

언젠간 나도 이 모습으로 가야 하겠다

 

-시집 "마늘촛불" (애지,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