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12호 종이강에 그린 詩]白 蓮-구 상

은빛강 2010. 8. 2. 16:57

[제12호 종이강에 그린 詩]

 

白 蓮

구 상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고 모르게 솟아난 白蓮 한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은 맺어 놓고야

이제 피울래야 피울길 없는

白蓮 한 송이

 

왼밤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 머슴들이 너를 꺾어간다고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에 망울진 白蓮 한 송이

 

차라리 솟지나 않았던들

세상없는 꽃에도 무심할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라볼 때마다

퉁퉁 부어 오르는 영혼의 눈시울

 

[1983년 중판 具常大學選]발췌

 

 

구산 시인의 생애와 작품세계

-1919년 서울 이화동에서 태어난 구상 선생님은 베네딕도 수도원의 교육사업을 맡았던 부친 구종진씨를 따라

함경남도 원산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후 일본대학 종교과에 입학해 불교, 개신교, 천주교등 각 종교의 철학적 근거를 배우며 자신의 정신적 근원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1914년 일본에서 귀국한 시인은 북선매일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46년 [응향]필화 사건으로 월남, 이후 연합신문사에서 일했다.

또한 6.25 전쟁 때는 국방부 기관지인 승리일보 기자로 활약하면서 전시상황을 국민들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전쟁 후 시인은 경북 왜관에서 20년간 살면서 영남일보 주필, 가톨릭신문 논설위원, 경향신문사 등 언론계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서울대, 서강대, 화와이대 등 학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74년 서울로 올라와 문학에만 전념한 시인은 팔순의 나이에도 흔들림없는 신앙을 고백하는 시작에 여념이 없었다.

지극히 자기 고백적인 성찰의 시를 써온 구상 시인은 평생을 기독교적 존재관으로 살며 그것을 투명한 시적예지로 받아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건국신화와 선불교적 명상, 노장사상까지 표용하는 사상적 기반을 바탕에 두고 시를 써 왔다.

또한 전인적 인격과 지성을 지닌 한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한국에서 연작시를 시도한 효시일 뿐 아니라 가장 많이 써온 시인 중의 하나이다.

때문에 시인의 연작시집은 그의 존재론적 치열한 인식과 그의 강렬한 역사의식과 그 체험의 부피에서 오는 메세지를 드러내며 시의 진미를 드러냈다.

프랑스에서 뽑은 세계 200대 문인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발탁된 구상시인은 월남 후 [연작시 강],[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시집 구상],[초토의 시],[그리스도 폴의 강],[타버린 땅],[유치 찬란],[밭과 강],[드레쉬의 벤취에서]등 10여편이 넘는 시집과 수상집, 수필집을 냈으며 팔순에 다달은 나이임에도 [인류의 맹점]을 발표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정갈한 노시인의 깊은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구도자적이고 존재론적인 시를 써왔던 구상시인의 작품은 일찍부터 영어, 독어, 불어, 스웨덴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세계 각국 문학인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02년 7월14일 가톨릭신문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