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13호 종이강에 그린 詩] 닿고 싶은 곳-최문자

은빛강 2010. 8. 3. 20:07

[제13호 종이강에 그린 詩]

 

닿고 싶은 곳

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기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른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시와 상상2005년 하반기/백지44호 -동인지에서 발췌

 

최문자 시인님 주요 연보

-백지동인/시와상상

-현 협성대 총장

 

시인님은 강단에 서 있으면서 모범되이 늘 시를 쓸 수 없는 것이 참

괴롭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분께서 여행지의 이야기를 들려 주실 때 나는 나름의 주제를 얻어서 온다.

건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