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35호 종이강에 그린 詩]짧은 귀향-빈명숙

은빛강 2010. 8. 31. 11:31

[제35호 종이강에 그린 詩]

 

짧은 귀향

빈명숙

 

마산 삼성병원 841동 613호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실을 들어 섰다

여섯개 침대 위로 병실을 들어섰다

병명처럼 다양한 그들의 아픔이

척척 허공에 걸려 있다

똑같은 잠옷과 벗은 맨발에 묻은 영혼의 가루

구석진 침대에

엉킨 생명줄을 전신에 매달고

어머니가 오뚜기처럼 앉아 있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백발을 빗질해 주면서

아무나 오면 손을 잡고 운다고 한다

큰딸이 왔다는 말에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또 운다

자는 잠에 갈 수 있다면 해서 잠드는 것이 소원이다

주위의 신음소리는 기적처럼 서글프고

나의 기도는 형식에 치우치고

숨쉬기도 힘든 아버지를 외면하고 돌아가야 한다

죽음 가까이 있지 못하고 나는 빠져 나갔다

 

빈명숙 연보

*시집

-야외사막, 러브조이의 섬, 풀이 잠,

-UN, NGO 자문기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회원, (사)세계평화여성연합 옥천군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