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호 종이강에 그린 詩]
조금나루
이은봉
마을은 없지 한때는 포구를 더나
언제라도 바다 건너 저쪽섬들에 가 닿았을
버려진 나룻배들, 부러진 돛대들
태풍에 짖겨나간 소나무 가지들 데불고
한여름 댕볕 속, 까맣게
졸고 있지 마을 대신
몇몇 소금기에 절은 횟집들
횟집 저수통 속 넙치들의 눔망울이며,
시멘트로 쌓아올린 방파제 아래
썰물 진 바닷가를 첨벙대는
소라게의 앞발들만 아직 파아랗지
함부로 찢겨나간 소나무들!
여전히 헐떡이고 있는 방품림들!
고개들고 바라보면 너무도 안쓰럽지
운명이라고? 갯벌로 사는 일
묵묵히 닻 내리고 갯벌로 삭는 일
때로는 투명한 행복이지 일생동안
가 닿지 못할 섬들, 한꺼번에 거느리고 사는 일
괜찮지 하지만 버려진 나룻배로는
바다 건너 저족 섬들, 끝내 가 닿지 못하고
제 속 깊이 알뿌리 하나 옳게 키우지 못하지
이은봉 연보
-충남 공주 출생
-숭전대 및 동대학원(문학박사)
-[마침내 시인이여]1984년 작품활동 시작
*시집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르 키우니, 내몸에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등
*평론집
-실사구시의 시학, 진실의시학, 시와 생태적 상상력, 등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시향을 창가에두고 > 종이강에 그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39호 종이강에 그린 詩]틈에 관하여-최광임 (0) | 2010.09.03 |
---|---|
[제38호 종이강에 그린 詩]목계장터-신경림 (0) | 2010.09.03 |
[제35호 종이강에 그린 詩]짧은 귀향-빈명숙 (0) | 2010.08.31 |
[제34호 종이강에 그린 詩]붉게 익은 뼈-길상호 (0) | 2010.08.30 |
[제33호 종이강에 그린 詩]군자같은 나무야-박건웅 (0) | 2010.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