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37호 종이강에 그린 詩]조금나루-이은봉

은빛강 2010. 9. 1. 15:36

[제37호 종이강에 그린 詩]

 

조금나루

이은봉

 

마을은 없지 한때는 포구를 더나

언제라도 바다 건너 저쪽섬들에 가 닿았을

버려진 나룻배들, 부러진 돛대들

태풍에 짖겨나간 소나무 가지들 데불고

한여름 댕볕 속, 까맣게

졸고 있지 마을 대신

몇몇 소금기에 절은 횟집들

횟집 저수통 속 넙치들의 눔망울이며,

시멘트로 쌓아올린 방파제 아래

썰물 진 바닷가를 첨벙대는

소라게의 앞발들만 아직 파아랗지

함부로 찢겨나간 소나무들!

여전히 헐떡이고 있는 방품림들!

고개들고 바라보면 너무도 안쓰럽지

운명이라고? 갯벌로 사는 일

묵묵히 닻 내리고 갯벌로 삭는 일

때로는 투명한 행복이지 일생동안

가 닿지 못할 섬들, 한꺼번에 거느리고 사는 일

괜찮지 하지만 버려진 나룻배로는

바다 건너 저족 섬들, 끝내 가 닿지 못하고

제 속 깊이 알뿌리 하나 옳게 키우지 못하지

 

이은봉 연보

-충남 공주 출생

-숭전대 및 동대학원(문학박사)

-[마침내 시인이여]1984년 작품활동 시작

*시집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르 키우니, 내몸에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등

*평론집

-실사구시의 시학, 진실의시학, 시와 생태적 상상력, 등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